일본제철이 최근 ‘특별한 실험’에 나섰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입니다. 강판 개발과 설비 이상 예측 등에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DX)을 이끌고 있습니다. AI는 ‘전통 산업’ 철강업체를 어떻게 변모시킬까요? 일본제철의 DX 혁신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가 무겁습니다. 차체 경량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존 강판을 그대로 쓰긴 어렵다는 뜻인데,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일본제철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수백 테라비트(TB) 분량 철강 소재 데이터를 응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강도로 잡아당기면 소재가 파열할지, 부딪힘 세기는 얼마나 돼야 쪼개지는지 등 충돌 실험 데이터를 기존에 보유한 소재 데이터와 혼합하고, 이를 독자 개발한 알고리즘에 반영한 것입니다. 단순하게나마 대용량 입출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낮은 단계 AI’를 만든 셈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AI 기술인 ‘딥러닝’과 시너지는 충분할 전망입니다. 연구소가 컴퓨터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서입니다. 니와 토시유키 실장은 “2000년대 초부터 가상 충돌 실험을 해왔지만, 컴퓨터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해 데이터 취합 지점이 1만 개를 밑도는 등 정밀한 분석이 어려웠다”며 “이제는 설계부터 실험, 평가와 재설계 사이클 자체가 빨라졌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디지털 공간 내에서는 밀리미터(mm) 단위로 승용차를 쪼개 충돌 부하가 계산되고 있습니다. 승용차 1대 당 1000만 개의 데이터 취합 지점이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인간이 직접 계산하기엔 어려운 총량이지만, 딥러닝 기술 적용에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장기적으론 몇 번의 충돌만으로 소재 배합까지 산출해내는 AI 모델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 있게 청사진을 공개한 것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일본제철은 NEC(일본전기)와 연계해 설비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습니다. 설비 내 500개 센서에서 확보한 온도, 압력 등 약 2000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작업자에게 위험을 고지하는 플랫폼을 만든 것입니다. 설비 상태를 AI가 원격으로 감시하는 시스템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주요 철강사들의 AI 내재화가 활발합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이미 세계 최초로 용선(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에 AI 기술을 적용시키며 기술력을 증명했습니다. 지난달에는 SK텔레콤과 산업안전 및 품질검사 AI를 강화시키기 위한 협약도 맺었습니다. 현대제철 역시 오는 2025년까지 공정에 AI를 입히는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AI 혁신에 밀리지 않을 국내 철강사들의 성과를 기대해야겠습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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